서울숲과 돼지갈비골목
- 뚝섬 서울숲에서 즐기고, 돼지갈비 골목에서 추억을 만든다.
서울숲을 개장한지 벌써 2년이 되었다. 시민들의 정성을 모아 만든 뚝섬 서울숲, 시민들이 함께 즐기고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를 만들자고 나무를 심은 지 2년, 제법 숲이 울창해졌다.
누구나 서울숲에 와보면 영국의 하이드파크나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부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동구의 뚝섬벌을 간질이며 흐르는 한강을 끼고 조성된 35만 평 규모의 서울숲은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생명의 숲'이다.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공존하는 생명의 숲에는 '자연생태숲'이 있고, '자연체험학습원'이 있다. 그리고 '습지생태원'이 있고, '한강수변공원'이 있다. 게다가 문화와 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공원'도 있으니 생명의 숲은 누구나 함께 즐기는 '기쁨의 숲'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숲이 들어선 자리는 원래 뚝섬 경마장 부지였다. 그랬던 것을 ‘생명의 숲’과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앞장서고 시민들이 모금을 하여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서울시 예산 2,350억원을 들여 완공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서울시에서 관리를 하고,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봉사 활동에 나선다.
뚝섬 서울숲에 가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게 되면 부담이 없고 여유롭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지방에서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교통이 혼잡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서울숲을 즐기려거든 뚝섬지역의 음식 문화까지 맛보는 것이 좋다. 적어도 뚝섬의 음식을 맛보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지하철을 타면 뚝섬역에서 내려 8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그리고 방통대 옆 먹자골목 길이나 에스콰이어 쪽으로 노닥노닥 5분 거리, 드디어 생명의 숲에 안기게 된다. 서울숲의 관리는 공무원들이 맡아서 보며, 재단법인 ‘서울그린트러스트’ 소속인 ‘서울숲사랑모임’이 프로그램과 이벤트 기획을 한다. 그리고 숲사랑모임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그래서 서울숲을 시민이 함께 가꾸어가는 생태공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개장 초에는 이용객들이 자장면 시켜먹고, 통닭 시켜먹고, 심지어 술판까지 벌이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너도 나도 숲을 지키면서 즐긴다.
관리사무소 옆에는 지역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군마상’이 있고, 그 옆에는 황금분수가 있어서 뿜어 오르는 분수와 함께 아이들도 함께 뛰어오르면서 물놀이하기에 정신이 없다. 숲속 개울가에서 물놀이하는 것은 시골아이들처럼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사무소 뒤편에 있는 야외무대에서는 각종 공연이 수시로 열리기 때문에 문화 예술에도 취해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은 꽃사슴가족에게 먹이를 주고, 환경놀이터에서 신나는 놀이도 즐기고, 나비온실이나 습지생태원에서 체험학습도 할 수가 있다.
게다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산책을 하다가 넓게 펼쳐진 서울숲광장을 바라보면 마음의 여유도 갖게 된다.
시간 여유가 주어지면 한강수변공원으로 나가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는 것도 가슴이 트이기 때문에 좋다. 수변공원에는 벤치도 몇 개 놓여있으니 연인들끼리라면 벤치에 앉아 사랑을 익혀도 좋을 것이다.
뚝섬 서울숲이 다른 공원과 차별되는 것은 테마가 있고 숲이 아름답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서울숲은 독서의 멋을 부릴 수도 있다. 서울숲 ‘작은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려 숲속 벤치에 앉아 읽고 있으면 누구나 지성인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까지도 지성인(?)처럼 책 읽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활기차게 즐기는 방법도 있다. 그것은 ‘자전거대여소’에서 한 대를 빌려 타고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도회지 한 복판에서는 도로 사정이나 차량 통행으로 쉽게 탈 수 없는 자전거를 이곳에서는 마음껏 타고 놀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닌가.
이처럼 서울숲은 하루 종일 즐겨도 지치지 않는 다양한 체험의 공간이요, 생명이 꿈틀거리는 자연의 품속이다. 그러나 하루만 즐기면 아쉬울 것이다. 그래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디카’를 가지고 와서 화면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가족과 함께 숲속에서 한 컷, 친구 간에도 한 컷, 연인 간에도 한 컷. 세월이 지난 후에 사진을 다시 보면 그 속에 추억이 담겨 있을 터이니 필히 준비해야 할 ‘디카’를 잊지 마시기 바란다.
필자는 성수동에 살기 때문에 아침이건 저녁이건 틈나는 대로 숲을 찾아 숲에 안겨 살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손님이 오는 날에는 답답한 실내보다 서울숲으로 동행하여 빨려 들어가 탁 트인 가슴으로 대화를 나누곤 한다.
그리고 손님과 더불어 자연에 취한 다음에는 뚝섬의 음식 문화에 취하기 위해서 찾아가는 곳이 있다. 그곳은 마주 앉아 정을 나눌 수 있고, 추억도 만들 수 있기에 한 낮을 숲속에서 보내다가 해질녘이면 찾아가는 곳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예전부터 소문나 있는 ‘뚝섬 돼지갈비골목’이 바로 그곳이다. 서울숲에서 나오다가 한양대학교 쪽으로 ‘성동구민체육센터’ 건물이 있고, 그 건물을 조금만 지나면 ‘에스콰이어’ 쪽 골목이 그 맛좋은 돼지갈비 골목이다.
7~8개 업소가 줄지어 있고, 내가 즐겨 찾는 집은 첫 번째 집 ‘늘봄갈비’이다. 실내 좌석도 준비되어 있으나 선선한 바람도 마시며 음식을 먹자면 아무래도 노변식탁이 제격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편안한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앉으면 눈매가 아름다운 여주인 아주머니가 맞이해 준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손님을 끄는 ‘호객행위’나 ‘바가지’도 없는 정직한 주인들이지만, 늘봄갈비 여주인의 정성스러운 모습은 편안함을 주기에 자주 찾는다. ‘어서 오시라’는 인사는 없어도 식탁을 닦고, 숯불을 준비하고, 반찬을 내오고, 인원수만큼 돼지갈비를 내오고, 그러는 중에 그 아주머니가 소박하고 친절하며, 정성스럽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말없이 친절을 다하는 것이 뚝섬 주민들의 성향이라고나 할까. ‘소주 드릴까요?’한다거나 ‘공깃밥 드실래요?’ 할 때, 두어마디 말고는 말없이 시중만 들어준다.
이 집의 메뉴는 오직 돼지갈비 한 가지로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재료를 쓰고 있으며, 야채와 더불어 10여 가지의 반찬이 나온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또 연인과 함께 둘러앉아 도란거리며 뜯는 갈비 맛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서울숲 공기 한 모금에 갈비 한 점, 그리고 갈비 한 점에 소주 한 잔.... 그럭저럭 먹고 마시다 보면 더러는 외국 사람들이 찾아와 멋을 부리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서투른 우리말로 ‘뚝섬 돼지갈비 참 맛있어요.’하며 만족해하고, 그들 역시 ‘디카’에 행복을 담아 가기도 한다.
성동구 성수동 지역은 서울숲을 안고 있다. 그러나 서울숲은 찾아오는 많은 사람을 안아준다. 그러니 서울숲에 가려거든 뚝섬 돼지갈비 골목에도 한 번 가 보라. 숲에서 자연과 더불어 즐기고, 음식을 먹으면서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 수가 있다.
그래서 잊을 수 없는 곳, 찾는 사람들이 다시 찾는 곳, 하이드파크나 센트럴파크보다 우리 풍습이나 우리 문화에 걸맞은 뚝섬 서울숲이 우리나라의 명소가 아니겠는가.
필자- 수필가 전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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