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피치교육센터
언제 있었던 일인지는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먼 훗날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넓은 바다 세상에 여러 종류의 물고기 나라가 있었어요.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물고기들도 우리 사람이 사는 것처럼 살잖아요?
사랑을 하고, 아기를 낳고, 가족들끼리 모여 살고, 여행도 하구요.
그런데 바다에 있는 멸치들의 나라에 민치라는 잘생긴 소년이 살고 있었대요. 그 소년은 호기심이 참 많은 아이였어요.
아니, 그 호기심정도가 아니라 모험심이 강한 아이였지요.
그래서 민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식인 상어 이야기를 들려주며, 민치에게 함부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일러주었어요.
그러면서도 '민치가 집을 떠나 위험한 바다세상으로 나가면 어쩌나'하고 늘 걱정을 한 거예요.
바다가 얼마나 위험하냐구요?
먹이사슬이란 말을 들으면 아실 거예요.
바다의 거인 고래는 무섭게 생겼지만, 작은 물고기들을 해치지는 않아요.
사람이나 호랑이처럼 아기에게 젖을 먹여 기르는데 프랑크톤만 먹고살거든요.
그런데 범고래는 바다표범을 잡아먹어요.
그리고 바다표범은 자기보다 약한 대구를 잡아먹구요.
또 대구는 조그만 청어를 잡아 먹는다구요.
보세요.
힘센 물고기가 힘이 약한 물고기를 잡아먹잖아요?
이게 먹이사슬이라는 거예요.
그러니 바다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가요?
식인상어는 사람도 잡아 먹는다잖아요?
얼마 전에는 상어나라의 식인 상어가 민치의 이웃집에 사는 꾀돌이 돌치를 잡아 삼켜버렸거든요.
그 돌치도 민치의 친구였는데 어른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개구쟁이였어요.
그렇다고 민치가 집에만 있겠어요?
민치는 '쪼르륵' 바다 여행을 나선 거예요.
바다는 참 넓었어요.
그리고 바다도 육지와 비슷했어요.
해류라고 하는 물길을 따라 헤엄쳐 가니까 너무너무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진 거예요.
산호초가 피어있는 산호섬을 지나고, 고대 그리스의 원형극장 같은 노천극장이 있는 곳도 지났어요.
그리고 화산 폭발로 생겨난 분화구를 지나자,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물고기들이 수중 발레를 하고 있었지요.
민치는 파도 때문에 물이 솟아올랐다가 떨어지는 광경도 보았는데 어쩔 때는 파도가 15미터나 솟아올랐어요.
아마, 폭풍 때문이었나봐요.
"이렇게 넓고 멋있는 세상을 왜 못나가게 하셨을까?"
민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민치가 파란 물살을 가르며 여행을 즐기다가 은백색의 옷을 입은 갈치들의 나라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바다에는 자기보다 몸집이 크고, 키가 긴 갈치가 산다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그렇게 매끈하게 생긴 갈치들은 난생 처음 보게 되었지요.
민치는 큰 갈치가 신기해 보였어요.
그래서
"갈치야, 난 멸치란다. 너희들은 참 키가 길기도 하구나?"
하고 말을 걸었어요.
그런데
"쪼그만 녀석이 말을 함부로 하는군. 버릇부터 고쳐 주어야지."
하면서 긴 꼬리로 민치의 입을 때리지 않겠어요?
민치는 갈치가 때리며 한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아직 어려서 외국어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민치는 버릇도 고치지 못하고, '지느러미야, 나 살려라' 하며, 다른 나라로 '쪼르륵' 헤엄쳐 갔어요.
바다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구경하면서 헤엄쳐 가다보니, 바다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거예요.
그것은 밀물과 썰물 때문이어요.
민치가 살던 마을에서도 바닷물이 그렇게 높아졌다가 낮아지곤 했거든요.
민치가 아직 태어난 지 아홉 달밖에 안되지만, 헤엄을 얼마나 잘 치는지 몰라요.
물론 바다가 짠물이어서 몸이 잘 뜨긴 하지만요.
어느덧, 민치는 고래 떼가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보면서 깊은 바다 속 새우나라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쬐그만 녀석들이 수염도 나있고, 허리까지 굽은 게 참 신기했나봐요. 호기심이 많은 민치가 그냥 지나가겠어요.
또 끼어 들었지요.
"얘, 새우야, 넌 왜 등이 휘었니?"
하고 물어본 거예요.
새우는 민치의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어요.
"뭐, 날더러 왜 등이 휘었냐고?"
하며, 이마에 나있는 가시로 민치의 등을 콕콕 찔렀어요.
"아이구 등이야. 아이구 등이야."
하고, 민치는 또 '쪼르륵' 도망쳐 나갔어요.
'이제, 어디로 갈까? 배도 고픈데 어디 쉬어갈 데가 없을까'하고 바다 속 바위에 잠시 몸을 기대고 누워있었어요.
그런데 바로 눈앞에 문어 소녀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잖아요?
낙지처럼 생긴 문어 소녀는 문숙이라는 아이예요.
민치는 문숙이랑 친해지고 싶었어요.
"얘, 문어야. 넌 몇 살이니?"
그러자 문숙이는
"응, 난 여덟 살이야."
하며, 여덟 개의 다리를 하늘하늘 흔들었어요.
민치는 문숙이의 다리를 보고, 여덟 살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그럼, 우리 친구할래?"
"그래, 친구하자."
민치는 외롭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어요.
둘이는 함께 여행을 계속하기로 했어요.
그렇다고 바다가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어요.
바다 깊은 곳은 햇빛이 비취지 않기 때문에 물이 차가워서 감기에 걸릴 수도 있고, 북극해라거나 남극해 같은 곳에는 여름을 빼고는 아주 얼어 붙어버리거든요.
그런 곳에 잘못 갔다가는 냉동 멸치가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둘이는 적도 가까이에 있는 따뜻한 바다 속을 조심조심 여행하기로 했어요.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렇게도 무섭다던 식인 상어를 만난 거예요.
상어를 먼저 발견한 건 문숙이었어요.
"얘, 민치야, 빨리 도망가자. 식인 상어다!"
"상어가 어디 있는데?"
민치의 눈에는 상어가 커다란 바위처럼 보였어요.
사실, 상어의 몸통은 단단한 껍질로 덮혀 있어요.
꼬리지느러미는 날카로운 칼 모양으로 생겼구요.
그런데도 민치는 그 무서운 상어를 알아보지 못했으니, 이걸 어쩌면 좋아요?
상어는 옆으로 쫙 째진 입을 벌리며, 민치를 잡아먹으려고 했어요.
민치가 상어의 뱃속에 들어가면 멸치젓갈이 된다구요.
그런데도 그걸 모르고 있으니, 에이그 쯧쯧.
"민치야, 빨리 도망가자!"
문숙이가 소리쳤지만,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바보 같은 민치는 커다란 상어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어요.
이걸 어쩌면 좋지요?
문숙이는 검은 눈물을 흘리며, 여덟 개의 다리만 너울거리고 있었어요.
민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멸치젓이 되었다구요?
아니에요, 아직은.
민치가 상어의 입 속에 들어갔는데 어찌나 입이 큰지 커다란 동굴 속이었어요.
'신나는 동굴 여행이나 해 볼까?'
동굴 속이 조금 어둡기는 해도 걸터앉아 놀 수도 있고, 천장으로 바닥으로 오르락 내리락 신나기만 했지요, 뭐.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요.
가만히 보니, 상어의 뱃속에서 나는 냄새였어요.
온갖 맛있는 물고기들이 아직 소화되지 않은 채 냄새를 풍기고 있잖아요?
민치는 문숙이 생각도 잊은 채 뱃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맛있는 고기들을 먹기 시작했어요.
멸치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는 외식을 한 거예요.
"어유, 배불러. 잠이나 한잠 잘까?"
배가 부르면 졸린다더니, 민치도 그랬나봐요.
민치는 자기네 나라에서 엄마와 아빠가 걱정하시는 줄도 모르고, 문숙이가 울고 있는데도 느러지게 한잠 자게 되었어요.
코까지 골골하면서 잠을 자고 있는데 꿈속에서 텔레비전 방송을 보게 되었어요.
그것도 생방송을......
"아가야, 내 아들 민치야, 바다는 위험하단다. 빨리 돌아오 너라!"
"바다세상의 물고기 여러분, 우리 아들 민치를 보신 분은 집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하고 민치의 엄마와 아빠가 방송국에서 방송을 하지 않겠어요.
민치는 그때서야 바다가 무섭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그래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하며 벌떡 일어났지요.
그런데 사방이 어둡고,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한쪽에서 환한 빛이 보였어요.
상어가 하품을 하느라고 입을 벌리자, 바다 세상의 빛이 보인 거지요.
민치는 '쪼르륵' 상어의 목구멍을 빠져 나왔어요.
문숙이는 바다 바닥에 엎드려 기다리고 있었어요.
민치는 집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만 또 다시 상어에게 들키고 말았지요.
상어는 또 쭉 째진 입을 벌리고, 멸치를 쫓아온 거예요.
"민치야, 위험해. 빨리 도망가!"
하고 문숙이가 소리쳤지만, 이번에도 알아듣지 못했어요.
문숙이는 하는 수 없이 먹물을 쏘아댔어요.
"아이구 내 눈! 아니, 눈앞이 하나도 안보이네?"
상어가 몸부림을 치고 있어요.
문숙이는 '이때다'하며, 민치를 둥그런 머리 위에 태우고 도망쳐 나왔어요.
그리고는 한참을 헤엄쳐 나와서 바위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어요.
그리고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했어요.
그 이야기 중에는 민치가 상어에게 먹혀 죽은 줄 알고, 문숙이가 먹물을 흘리며 울었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민치는 그런 문숙이가 고마웠어요.
그때, 문숙이가 사랑을 고백했어요.
민치를 걱정하던 나머지 사랑까지 하게 되었나봐요.
민치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우리 결혼하면 어떨까?"
문숙이가 말했어요.
"우리 엄마랑 아빠가 승낙을 해 주지 않을 걸."
민치가 말했어요.
"내가 널 위험에서 구해 주지 않았니?"
"그래도 넌 뼈대가 없지 않니? 우리 집안은 뼈대가 있는 신분이 높은 집안인데 어떻게 허락을 해 주겠니?"
민치는 문숙이가 고맙고, 또 결혼하자는 말이 싫지는 않았지만, 걱정이 되었어요.
"우리 함께 너희 집으로 가자. 그리고 승낙을 받도록 하자꾸나."
모험으로 바다세상을 여행하던 민치는 문숙이의 도움으로 살아나 집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 뒤를 수줍어하며, 문숙이도 따라갔지요.
멸치나라에는 잔치판이 벌어졌어요.
방송국에서 기자들이 취재를 나오고, 멸치 대통령은 살아 돌아온 민치에게 '무사하게 돌아온 민치를, 온 나라의 멸치들과 함께 축하한다'고 편지를 보내왔구요.
그런데 잔치판에는 문숙이도 와 있잖아요?
엄마와 아빠멸치는 '저 문어는 웬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느냐?'고 물었대요. 그때, 민치는 그 동안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을 했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승낙을 해 줄까요?
멸치아빠와 멸치엄마는 '그래, 그까짓 신분 좀 낮으면 어때.
우리 아들을 살려 준 생명의 은인(?)인데......'
'뼈대가 있는 집안 자손도 뼈대 없는 집안의 자손으로부터 은혜를 입기도 하는 걸. 암, 은혜를 배반하면 벌받지. 암, 그렇고 말고.'하며, 승낙을 해준 거예요.
민치와 문숙이는 결혼식을 올렸어요.
온 나라에 또 한 번 잔치가 벌어졌구요.
그리고 둘이는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
뭐라구요?
멸치 소년 민치와 문어 소녀 문숙이가 결혼해서 낳은 아이들이 누구를 닮았냐고 물으셨나요?
글쎄요.
뼈 없는 멸치를 낳았다는 말도 있고, 뼈있는 문어를 낳았다는 말도 있고, 확실한 것은 알 수가 없답니다.
왜냐하면 나는 민치와 문숙이가 결혼식을 올릴 때까지만 곁에서 지켜보았거든요.
(2002년)
'스피치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인스피치학원, 성남스피치학원, 분당스피치학원 선택/ 전대수 회장 출강- 공무원 스피치특강을 마치고 (0) | 2007.10.30 |
---|---|
뚝섬 서울숲과 늘봄 돼지갈비집 (0) | 2007.07.04 |
스피치가이드 전대수의 수필보기 - 해님과 해바라기 (0) | 2007.06.21 |
스피치가이드 전대수의 수필보기 -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자세 (0) | 2007.06.20 |
스피치가이드 전대수의 수필보기 - 미완성 작품 (0) | 2007.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