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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수의 창작동화- 해님과 해바라기

재첩국 2007. 6. 10. 17:45

한국스피치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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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해님과 해바라기

   

                                                            

  - 전대수

 

 

하나님께서 우주를 만드실 때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지구도 만들어 주셨어요. 그리고 여러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살게 해 주셨지요. 식물들도 살 수 있도록 해 주셨구요.

이렇게 세상을 만드시던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꽃을 피워 주고 싶었나봐요. 그래서 꽃씨들의 이름을 짓고, 하나하나 땅으로 떨어뜨려 주셨어요.

그런데 그만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한 꽃씨 하나를 들고 잠시 딴 생각을 하시던 하나님이 실수를 하신 거예요. 그 꽃씨가 그만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말하자면, 하나님의 작은 실수였던 셈이지요.

그 때가 쌀쌀한 가을이라 꽃씨는 추워서 땅 속으로 파고 들었답니다.
그런데 아침이 되자, 해님이 동산에 얼굴을 내밀면서 꽃씨에게 인사를 했어요.

"꽃씨야, 안녕. 나는 따뜻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해란다."

해님의 음성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였어요.

꽃씨는

"해님, 안녕하세요? 저는 아직 이름도 없는 꽃씨예요." 하고 인사를 하였지요.

날씨는 점점 추워졌지만, 꽃씨는 해님이 하루에 한 번씩 찾아와서 따뜻한 사랑을 보내 주어서 견딜 수가 있었어요. 해님은 꽃씨를 사랑한 나머지 햇살이 따스한 봄을 만들어 주었어요. 그리고는 꽃씨에게 말했어요.

"꽃씨야, 어서 얼굴을 보여줘."

꽃씨도 해님을 빨리 보고 싶었지만, 아직 추위가 덜 녹은 땅을 뚫고 올라갈 수가 없었어요. 해님은 더욱 따뜻한 햇빛으로 땅을 녹여 주었답니다. 그래서 꽃씨는 파아란 얼굴을 내밀고 올라왔지요.

해님은 반가웠습니다. 땅에는 민들레도 있고, 나팔꽃도 있으며, 백일홍이나 코스모스도 있었어요. 그리고 꽃들마다 해님의 사랑을 받으려고 해님을 닮거나 해님이 떠오르는 쪽으로 꽃을 피웠다구요.

그러나 해님은 이름 없는 꽃씨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기 시작했대요.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고, 이름 없는 꽃씨는 쑤욱쑤욱 자라서 다른 꽃들보다도 해님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답니다.

이름 없는 꽃나무는 해님을 한없이 사랑하게 되었지요. 꽃나무는 꽃을 활짝 피워 아름다움을 뽐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어요.

여름이 한창 익어갈 때, 해님의 사랑도 불타고 있었어요. 이름 없는 꽃나무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답니다. 그래서 꽃을 활짝 피웠지요.

아침 동산에 오른 해님이 꽃을 보자,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이 부셨대요. 한 여름의 햇빛은 사람들이 보더라도 눈이 부신다나요? 해님을 닮아 둥글고 노랗게 핀 꽃을 본 해님은 서산으로 기울고 싶지가 않았어요.

해님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꽃을 바라보다가 여름에는 낮이 길어지게 되었구요.

길어진 낮 시간만큼 해님과 이름 없는 꽃은 화끈화끈 사랑을 불태우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꽃은 한 가지 바라는 게 있었어요. 사람들이 결혼을 하면 '여보'라거나 '당신' 이라고 부르잖아요? 꽃도 해님이 불러 줄 이름을 갖고 싶었던 거예요.

초가을 날 아침, 해님이 밤을 지내고 다시 꽃을 찾아 왔어요.

"해님, 밤새 잘 주무셨어요?" 하고 꽃이 먼저 인사를 했지요.

그러자, 해님도

"그래, 아름다운 나의 꽃, 안녕!" 하고 인사를 하지 않겠어요?

꽃은 이때다 싶어서 해님에게 부탁을 했어요.

"해님, 다른 꽃들은 모두 이름이 있는데 왜 저는 이름이 없죠? 세상에 있지도 않은 봉황새라는 이름도 있고, 용이라는 이름도 있는데 말이에요?" 하고 간절하게 말했어요.

해님도 똑같은 생각을 한 거예요.

누가 그러던데 해님은 미리 이름을 지어두고 있었다나요?

"내가 이름을 가르쳐 줄께. 넌 나를 닮았지 않니? 그리 고 우린 날마다 서로 바라보며 사랑을 하고 있는거구. 그러니까 나를 바라보는 꽃 '해바라기' 어때?"

이름 없는 꽃씨는 거의 1년이 다 되어서야 아름다운 꽃을 피웠고, 해님을 사랑하다가 '해바라기'라는 느낌이 좋은 이름을 갖게 되었지요.

해님과 해바라기의 사랑은 점점 진해져서 가슴이 일렁거릴 정도였답니다. 둘은 하루 종일 함께 있고 싶어졌어요.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실 때 밤과 낮을 만드셨잖아요? 해님은 저녁이 되면 서산 너머에 있는 해님의 마을로 가야 해요. 해바라기는 어두운 밤이 되면 몹시 괴로웠어요. 해바라기는 하나님에게 하루 종일 해님과 함께 지내게 해달라고 애원을 했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너는 내 실수로 해님을 사랑하게 된 것이니라. 그러니 하루 중에 절반만 마주 바라보며 사랑하고, 밤으로는 그리워하며 지내거라."하고 명령을 하시는 게 아니에요?

결국, 안타깝게도 해님과 해바라기는 하루 중의 절반만 서로 사랑하고, 절반은 그리워하며 지내게 되었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