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피치교육센터
수필/ 냉탕도 견딜 만하다
아들아, 날씨가 많이 풀렸구나. 그래도 네가 있는 곳은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이기 때문에 많이 춥겠지?
아빠는 늘 실내에서 일을 하니까 날씨에 대해서 그렇게 민감하지 않았지만, 네가 군에 가고 나서부터 일기예보를 자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 이곳은 영하 1도인데 그곳은 영하 10도를 웃도는구나. 땀나게 훈련을 받으면 추위는 이길 수 있겠으나 그만큼 훈련이 힘들겠지?
어제는 아빠가 사우나탕에 가서 온탕과 냉탕을 여러 차례 들락거렸단다. 물론,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첨부덩 첨부덩’ 드나들기를 반복한 것이기는 해도, 평소에는 냉탕에 들어가면 ‘푸다닥’ 빠져 나오기 바빴는데 어제는 10분이 넘도록 견디고 있었단다.
왜 그랬겠니? 네가 추위 속에 힘들게 훈련받을 것을 생각하며 나도 한 번 견뎌보자는 오기였단다.
견딜 만 하더구나.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단다. 그것은 냉탕도 그리 오래지 않아 미지근해지더라는 거야.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약한 네 체질도 강인한 군대 체질로 바뀌고, 적응을 잘해서 거뜬하게 견뎌낼 수 있으면 좋겠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의 사랑도 새롭게 배우고, 체력도 단련하면서 인내심을 기르면 제대 후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조직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서당 훈장님 같은 말만 하고 있어서 따분하겠구나. 이야기를 바꾸자.
오늘, 너희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네 2학기 성적 조회를 해보았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홈을 열어보고 9일에 발표한다고 날만 기다려왔는데 막상 성적조회를 어디에서 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더구나. 그래서 내가 가르쳐 주었지.
사실, 나도 며칠 전부터 너희 학교 홈페이지를 열어보고 확인을 해 두었거든. 아마, 엄마보다 많이 열어보았을 거야. 그리고 조회 방법도 미리 알아두고 있었단다. 이쯤 되면 내가 누구보다도 너를 많이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지?
수석을 축하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얻으니까 아빠도 가슴이 ‘벌렁벌렁’, 코가 ‘실룩실룩’ 기분 캡이다. 가람아, 힘내거라. 그리고 최선을 다해라. 지금 3주 째인데 편지를 받을 때쯤에는 4주 째 훈련에 들어가겠구나.
힘들기로 하면 제식훈련도 그렇고, 총검술 16개 동작이나 사격술 훈련도, 화생방 훈련이나 40Km 행군도 모두가 힘든 훈련일 거야. 그런데 그런 훈련을 아빠도 받았다는 거야. 잘 해낼 수 있지? 네 편지를 보고, ‘역시, 내 아들 대단하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관물 정돈은 잘하고, 암기할 것은 줄거리를 생각하면서 될수록 빨리 외워버려라.
쪼글뛰기나 오리걸음은 조금 힘들어도 재미가 있지? 뒤로 취침, 앞으로 취침도 정신을 가다듬는데는 ‘그만’이란다. 조교님이나 지휘관님들의 명령에 너무 겁먹지 마라. 너의 큰 눈망울이 뚤망거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겁먹지 말고 정신만 똑바로 차려라.
하긴, 너는 잘하는데 동료 중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친구 때문에 으스스한 호령을 들어야 하고, 단체 기합을 받는 것이 조금 억울하겠지. 그런데 지나고 나면 그것도 추억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좋은 점이 있단다.
네 엄마가 편지를 읽다 말고, ‘그 지독한 수색대대에 자원을 했단다.’며 울음을 토해 내더라만, 참으로 잘했다. 장하다, 내 아들아.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 생각하니 언젠가 너와 단 둘이 소주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인생은 연극이니 다양한 체험을 많이 하라’며 연기자 수업을 하는 너에게 ‘군 생활은 사회에서 할 수 없는 특별한 연기 수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 너희 부대의 수색대대가 우리 군에서 가장 뛰어난 부대라고 들었다. 갈 수 있으면 가거라. 아빠가 매정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만, 낙하 훈련도 받고, 고공 훈련도 받아라. 유격 훈련도 받고, 특공 무술도 연마하거라. 그것이 체험이요, 연기력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런데 너무 이야기가 길어졌구나. 아빠의 편지 읽다가 집합시간에 늦을라. 빨리 나가봐라. 다음에 휴가 나오면 이야기 많이 하기로 하고 이만 줄인다.
그럼, 또 보자.
2003년 1월 9일
아버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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